2014년 발매한 싱글 ‘Lay it down on me’로 평단과 매니아들의 주목을 받은 줄리아드림은 2015년 미국투어초청에 이어, 시애틀에서 열린 ‘Northwest Psychedelic Festival’과 ‘Portland Psychedelic Festival’에 연달아 초청을 받는다.
사이키델릭 록의 본고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자신들의 음악을 연주한 줄리아드림은, 조금 더 ‘우리’ 같은 음악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귀국 후 ‘서울국제뮤직페어’ ‘라이브클럽데이’ 등등 홍대 안팎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곡작업을 하던 그들은 히피들의 약물에 의한 사이키델릭이 아닌, 내면에 대한 성찰에서 오는 사이키델릭을 만들고자 절치부심한다.
그리고 2016년 4월 정규1집 ‘불안의 세계’를 내놓는다.
2CD에 16곡이 담긴 콘셉트 앨범으로.
그러나 16곡의 면면을 돌아보면 모든 곡들이 사이키델릭이라고 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만선’의 헤비한 리프는 ‘망자의 바다’에서 어쿠스틱 기타로, ‘파도’에서는 클레식풍의 피아노로, ‘잊혀진 바닷가’에서는 또 다른 형태로 등장하며 ‘망자의 바다’의 후렴은 ‘Casus Belli’에서 다시 등장한다.
이러한 구성은, 줄리아드림이 공공연히 언급하던 ‘핑크플로이드’ 나 ‘킹크림슨’, ‘예스’ 등의 선배 밴드들이 차용하던 방식인 동시에 줄리아드림만이 가지고 있는 색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들의 음악적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16곡의 흐름이 이어지고, 음악뿐 아니라 가사나 세계관이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콘셉트 앨범의 면모를 가지고 있지만
라이브에서 늘 다양한 즉흥연주를 시도하는 그들인 만큼 열어둔 결말을 가진 곡들도 많다.
앨범을 다 듣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시디 자켓에 포함된 짧은 동화는 좁게는 한국,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단면을 보여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줄리아드림이 그려내는 세계는 불안하다.
16트랙에 걸쳐 이야기하는 ‘불안의 세계’를 듣고 나면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자문하게 된다.
세월호가 스쳐 지나가는 ‘잊혀진 바닷가’, 그리고 그것에 대해 죄지은 마음을 느끼는 ‘파도’, 기성세대들의 시스템에 대한 맹신을 그린 ’My Queen’, 그 과정을 지켜보며 느끼는 연민을 그린 ‘망자의 바다’와 ‘피어라’,
위정자들의 거짓말을 지켜보겠다는 ‘Casus Belli’과 ‘구원의 세계’까지, 다분히 현실반영적인 스토리는 기존의 프로그레시브 밴드들의 현실도피적인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2016년의 대한민국은, 모른 척 외면하기에는(어제처럼 그렇게) 너무나 무겁고 어둡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줄리아드림의 ‘불안의 세계’를 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J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