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실력과 탁월한 센스,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
로다운 30 [B]
‘로다운 30’이라는 이름은 우선 압도적인 실력을 의미한다. 90년대부터 이미 손 꼽히는 기타리스트였던 윤병주를 필두로 흔들림 없이 자기 영역을 주장하는 베이시스트 김락건, 그리고 힘과 테크닉을 겸비한 드러머 최병준, 이렇게 3인조가 만들어내는 연주의 합을 라이브에서 경험한 이라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로다운 30’이라는 이름은 탁월한 센스를 의미한다. 블루스와 하드록을 바탕에 둔 정통성과 그것을 바탕으로 당대의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섭렵하는 확장성은 그들의 음악을 하나의 스타일로 수렴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2집의 타이틀곡이기도 했던 힙합 아티스트 주석과 함께 한 싱글 [아스팔트]로부터 조원선(롤러코스터)과의 콜라보레이션 [너무긴여행]이 힙합 그리고 팝과 손을 잡은 확장의 대표적인 예라면, 최근 2년간 선보였던 두 곡의 싱글 [더뜨겁게]와 [인수김블루스]는 록과 블루스의 본령을 확실히 세우는 곡들이었다.
그래서 ‘로다운 30’의 이름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을 품고 있다. 그런 그들이 2집 발매 후 5년만인 2017년 3월, 세 번째 정규 앨범 [B]를 선보인다.
우선 이전에 비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변화는, 이번 앨범의 제목인 [B]의 여러 가지 의미 중 하나가 그의 머릿글자에서 따온 것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최병준의 합류다. 월간 재즈피플이 선정한 라이징 스타에 꼽힐 정도로 젊은 연주자들 사이에서 주목 받고 있는 그의 드럼은 언제나처럼 묵묵한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김락건의 베이스와 만나 로다운 30의 리듬을 보다 단단하면서도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이 위에서 로다운 30의 중심인 윤병주는 재기 넘치는 리프들과 인상적인 멜로디의 솔로 연주, 그리고 매력적인 사운드의 기타로 변함없는 면모를 보이는 동시에, 한결 다채로워진 보컬의 표현력으로 이전의 앨범과는 다른 새로운 면을 선보이고 있다. 그 결과 [B]는 장대하면서도 간결한, 헤비하면서도 훵키한, 사악하면서도 발랄한, 능글맞으면서도 따뜻한, 서로 상반되고 모순된 요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나로 섞여 있는 흥미로운 앨범이 되었다.
그런 [B]를 사운드의 측면에서 더욱 흥미롭게 만든 이가 바로 믹싱과 마스터링을 맡은 나카무라 소이치로(피스뮤직)다. 미국의 인디 음악 씬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유라 유라 테이코쿠’를 비롯, 여러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통해 그 실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2011년 EP부터 로다운 30의 작업을 도맡아 진행해왔다. 그런 그에게 밴드가 주문한 것은 “알아서 해주세요.” 오직 한 마디.
이러한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나카무라 소이치로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때로는 극단적이라고 할 정도로 과감하게 앨범의 사운드를 만졌고, 그 결과는? 대부분의 곡들이 1차 믹스 단계에서 오케이가 날 정도로 대만족. 가능한 높은 볼륨으로 들을수록 앨범의 다이나믹을 보다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짧지 않은 녹음 과정을 함께 했던 프로듀서 고태영과 스튜디오 801의 엔지니어 최성준을 비롯, 색소폰의 김오키, 기타의 이인규(엔들리스 케이브), 키보드의 전상민, 그리고 백업 보컬로 참여한 김광일(언체인드), 제이통, 나잠 수(술탄 오브 더 디스코) 등 여러 스탭과 뮤지션의 참여가 이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감각적인 커버 디자인은 밴드 바세린의 이기호(Bluce Triple Six)의 작품. 붕가붕가레코드 대중음악 시리즈 29번째 작품이다.
오랜만에 정규 앨범을 발매한 만큼 로다운 30은 왕성한 활동을 준비 중이다. 4월 22일(토) KT&G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예정하고 있는 3집 발매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봄 페스티벌을 비롯, 다양한 무대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을 거듭할수록 점차 진화하는 그들의 강력한 라이브를 아무쪼록 많은 이들이 경험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
글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1. 일교차
2. 더뜨겁게
3. 가파른길
4. 그땐왜
5. 검은피
6. 네크로노미콘
7. 바늘
8. 저빛속에
9. 그대가없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