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재학 중이던 1999년부터 [마스터플랜]의 터줏대감으로 활약했던 경력은 래퍼 디지(본명: 김원종)가 절대 어설픈 개그로 TV 브라운관 어지럽히는 함량 미달의 족속들과는 질적으로 다름을 증명해 보였다. 그는 소울과 재즈의 필을 듬뿍 머금은 원맨 밴드 스타일을 고수했다. 음악을 하는데 있어 고교 자퇴라는 최종 학력쯤은 문제가 아니었다. ‘흥행과 명성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음악을 사랑할 분이다’라 밝히기도 했다. 복잡하게 리듬을 쪼개거나 현란한 편곡을 덧입히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이미 '전설'이 되었던 것이다.
아무리 의식있고 음악 잘 만들어도 행여 스튜디오 밖에서의 펼쳐보이는 무대가 부실했다면 그를 두고 '힙 합 천재'라는 별칭을 붙이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홍대 클럽 신의 크고 작은 무대를 찾은 적 없어도 좋다. 작년 11월 [oimusic 창간 1주년 기념 공연]이 열린 동대문 [두타]를 찾은 oian들이라면 다들 공감하리라. 앞줄의 몇 십 명을 제외하면 그에 대한 사전 지식이 별로 많지 않았을 테지만-사실 반 수 이상이 그날 행사의 헤드라이너 델리 스파이스를 보러 모였다-그가 심어준 강렬한 인상은 프리스타일 랩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유감없이 증명해 보였다. 단박에 청중을 장악해 1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손을 흔들고 온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뛰어난 래퍼이자 라이머(rhymer)이면서 엔터테이너(entertainer)이기도 한 디지.
공연 중 멘트를 통해 그는 자신의 새 앨범이 조만간 발표된다는 언질을 주었다. 자신의 내면 세계와 함께 자신의 눈으로 본 세상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예정보다는 조금 늦어진 2001년 12월, 그는 우리에게 [The Last Winter Story]를 안겨주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12월호에 독점 인터뷰가 실렸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레 잠적했다. 음악적인 갈등의 조율 실패가 그 주원인이었고, 결국 그는 또 다른 인생의 도전을 위해 그리고 새로운 자신을 찾기 위해 기약없이 우리 곁을 떠나 따스한 남쪽나라로 가버린 것이다. ‘세상을 보고 또 다른 자신을 찾는 날 나는 돌아올 것이다’라는 한마디 말만 남긴 채...결국 대부분의 음악 팬들에게는 데뷔 앨범인양 남을 래퍼 디지의 '지난 겨울 이야기'는 별 수 없이 신비주의 홍보 전략 비슷한 모양새로, 아티스트 당사자 없이 진행되게 생긴 것이다.
1. J's/Ntro
2. Phone Talk
3. 다시는
4. 존레논이 생전에 남긴 말처럼
5. 나에게 거짓말을 해봐
6. 어차피...
7. 내 노래
8. 迷宮 (Movement Area)
9. Office Talk
10. 크리스마스의 악몽
11. 어차피...(MR)
12. 내노래 (MR)
13. 나에게 거짓말을 해봐 (MR)
14. 크리스마스의 악몽 (M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