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해이준의 정규 1집 <서서히 물들다>
[Artist Comment]
“음악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렇다고 침묵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 빅토르 위고
평소 부끄러움이 많아 말이나 행동으로
무언가 표현하는 걸 어려워했던 11살,
처음으로 피아노 소품 6곡을 작곡하며
저의 감정을 솔직하게 음악에 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음악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 시작하였습니다.
음악으로 누군가와 진실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때로는 음악이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언어를 통한 소통은 문화와 배경지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통한 소통은 일관된 감정을 공유합니다.
그렇기에 음악을 매개로 하여 청자와의 공감과 교감,
그리고 일상 속 감동과 치유를 바라왔습니다.
처음 작곡한 순간으로부터 14년이 흐른 지금,
이렇게 여러분과 음악을 통해 소통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
작곡을 처음 시작한 때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러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저의 음악을 통해 어느 날의 기억을 살포시 더듬으며,
공감, 교감, 감동 그리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어느 맑은 가을,
해이준 드림.
[Credit]
All music composed
and arranged by 해이준 HeyJoon
Piano 해이준 HeyJoon
Clarinet 이범진 Bummjin Lee (Track 07)
Cello 김영민 Youngmin KIM (Track 10, 14)
Violin 이규진 Gyujin LEE (Track 04, 10)
Executive Producer 김금훈 헉스뮤직
Music Producer 김민아
Recording Producer 김영선
Recorded by 이지영 (at 스튜디오 파주)
Mixed & Mastered by 김정연 (at Studio HUKS)
Photo 김금훈
Artwork Huks Artworks
HUKS MUSIC
Track 01 기억을 더듬다 (Feel The Memory)
"그때 그 기억 속으로, 서서히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겨본다. 그리고 숨겨두었던 기억 한 움큼을 집어 들어 음미해본다. 이윽고 달콤하고 쌉싸름했던 추억 한 조각에 감감히 빠져든다."
저의 본격적인 활동을 알리는 첫 음악의 주제어는 '기억'입니다. 작곡가가 곡을 쓰기 위해선 순간의 영감이 필요한데, 저는 언제나 잠시 내려두었던 그때 그 기억을 수면 위로 떠올림으로써 영감을 얻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그 기억을 더듬으며 일어나는 감정을 음표를 통해 솔직하게 써 내려갑니다. 기억이란 주제어로 저의 모든 음악을 표현할 수 있기에, 어떻게 보면 앞으로 발매될 모든 곡의 인트로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억을 회상하다 보면, 추억마다 서로 다른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음악에는 기억이 갖는 그 중의적 느낌, 설렘 속 아련함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순간의 기억에 스쳐 가는 설렘, 그리고 설렘이 떠나간 후 잔해처럼 남는 아련함. 또한, 우리가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거치는 시간의 흐름을 모두 담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기억 속으로 찾아가기 위한 정적의 시간, 그리고 찾아간 기억 속에서 발견한 감정으로 일렁이는 동적의 시간.
하나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 기억과 감정을 여러분들과 공유하는 것, 그럼으로써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제가 곡을 쓰는 본원적인 목적입니다. 제 음악을 듣는 여러분들께서도 바쁜 삶으로 잠시 감춰졌던 그때의 기억과 감정을 살포시 집어 들어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Track 02 저 하늘의 별처럼 (Like The Star In That Sky)
따스한 함박눈이 내린 후
바닥에 소복이 쌓인
어느 아득한 밤의 기록.
밤하늘을 향해 고개를 올려
가만히 떠 있는 별들을
나의 눈으로 그림을 그리듯
별끼리 서로 이으며,
눈을 감아도 진하게 남아있는
별 테두리의 잔상을
마음속으로 기억하며,
어두운 시련을 마주할 때마다
나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던
저 하늘의 별처럼.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영원히 밝힐 수 있는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기를.
Track 03 이별의 강을 건너다 (Cross The Farewell River)
“차가운 이별을 마주한 그 순간, 어떠한 말로도 위로받을 수 없는 내 모습. 메말라버린 입술은 재회를 갈망하나, 흘러가는 존재를 붙잡기엔 너무 멀어 그저 바라만 본다.”
만남과 헤어짐에는 언제나 이별이 존재합니다. 때론 그 이별이 재회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원한 헤어짐으로 끝맺음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이별의 과정을 하나의 강이라 생각합니다. 물의 흐름처럼 자연스러운 것임을. 그러나 우리는 이별을 부정하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려 합니다. 그러나 그 중력을 거스를수록 우리의 감정은 더욱 요동치게 됩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강렬한 이별의 기억. 이 곡을 통해 흘러가는 별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합니다.
Track 04 이 세상에도 희망은 있다 (There Is A Hope In This World)
문득, 세상은 우리가 짊어지기엔 너무나도 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원하던 바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할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그리고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손안에 세상을 담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으면 하곤 바랍니다.
하지만 세상은 무심한 듯 우리의 마음처럼 쉽게 따라주지 않습니다.
끝없는 하루는 마감 없이 반복되고, 깊어가는 밤은 그저 아득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지쳐가는 우리는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싸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조종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우리를 조종하는 것 또한 아닙니다.
결국, 모든 존재와 현상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힘든 상황이 겹칠지라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면,
분명히 그 일은 유유히 흘러갈 것입니다.
언제나 우리 곁엔 실낱같은 희망이 존재합니다.
또한, 희망은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을 때 비로소 존재합니다.
그 작은 희망조차 소중히 여기며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하고자 이 음악을 여러분께 헌정합니다.
Track 05 달빛 (Moonlight)
하얀 달빛이 물가에 흩뿌려지는 밤,
그 물결을 따라 나의 마음을 나지막이 읊조렸다.
어두운 하늘로부터 떨어진 별빛은
달의 그림자를 그윽이 따라가고,
바다의 물결은 보란 듯이
물가에 비친 또 다른 나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흐릿하게 번지는 또 다른 나의 모습 안에
하얀 달빛이 발자국을 남기며 지나갔다.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던 그 느낌.
밝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련했던 그 느낌.
그 순간의 느낌을 포착하기 위해
달빛이 남긴 시큰한 향기를 경로로 삼아 쫓아갔다.
나의 마음만이 홀로,
그 끝에는, 남아있었다.
결국, 흐릿하게 보이는 모든 존재는
나 자신이 선명하게 완성하는 것임을.
Track 06 천국에서 (In Heaven)
언제나 앞만 보고 다니던 날, 눈 부신 햇살 아래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본 적이 있습니다.
푸른 하늘 위에 홀로 남아있는 하얀 구름 한 점.
그리고 문득 궁금하였습니다. 그 구름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속에는 내가 바라보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가 과연 존재할까.
그래서 그 상상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를
음악으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저 멀리 있거나, 어쩌면 까마득할 수도 있는 공간.
그러나 사실 심리적으로는 언제나
우리의 마음속 가까이에 존재하는 공간.
하늘의 나라, 천국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느끼는 천국은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음악을 듣고 있는 여러분들이 존재하는 공간 또한
하나의 아름다운 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음악을 듣고 있는 여러분들의 삶이
언제나 하늘나라에서의 삶처럼
평온하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Track 07 햇살 (Sunshine)
어느 한적한 일요일의 낮.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야
창가에 비치는 햇살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그때 비치는 햇살의 빛깔은
노랗기도 하면서 하얗고,
은은하면서도 밝으며,
따스하면서도 뜨겁다.
노곤함과 지루함으로 포장되어
중력으로 압축한 것 같은 행복감이
저 아래부터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하여
몸 주변을 감쌌다.
서서히 감은 눈으로 햇살을 바라보며
따스함을 온몸으로 느꼈고,
눈앞의 어두운 세상은
햇살의 따스함으로
고요한 발자국을 남겼다.
그때의 그 시절,
햇살을 맞으며 느꼈던,
그 여유로웠던 순간으로,
딱 한 번만 다시 돌아가고 싶다.
Track 08 너의 왼손을 잡은 채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다.
(Lie With Your Left Hand In Hand, And Stare At The Night Sky)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풀밭에 나란히 누워,
밤하늘에 뜬 저 별의 온도처럼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그 따뜻한 온기를 느낄 때,
그때의 온화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번 음악의 진정한 의도는
왼손만을 위한 음악을 쓸 순 없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궁금증을 바탕으로 하나의 음악 철학을 담고 싶었습니다.
마치 스크리아빈과 라벨, 그들이 작곡한 왼손을 위한 음악처럼요.
오른손이 선율을 이끌고 가고 왼손은 오른손을 위해 희생하는
대부분의 피아노 음악과는 달리,
이번 음악은 오로지 왼손만이 음악의 모든 요소를 이끌고 갑니다.
왼손도 오른손 못지않게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
피아노는 양손을 위한 것만이 아닌,
한 손을 위한 악기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세상을 위해 희생하는 그 누군가도
진정 소외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음악을 통해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Track 09 봄꽃 (Spring Flower)
화창한 날씨와 따스한 공기의 조화,
그리고 봄꽃향기로 무르익는 봄의 계절.
동적이면서도 선명한 봄의 질감을
음악의 선율 위에 그대로 담아보았습니다.
흩날리는 꽃의 빛깔에 감탄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꽃향기 따라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강아지의 모습까지도.
그러나 이 봄꽃이 힘없이 지는 날이 올 텐데,
봄꽃이 지더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시작은 또 다른 끝맺음을 준비하고,
그 끝맺음은 또 다른 우리의 시작을 알립니다.
이처럼 푸르른 숲과 나무들은 우리가 여름으로
건너오기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는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행복이
어느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합니다.
Track 10 이별의 강을 건너다 (Piano Trio Ver.)
Track 11 짝사랑 (One Side Love)
아름다우면서도 아련하기에
더욱 갈망할 수밖에 없는…
고요한 녹색 바다 수면에
그 모습이 비치면,
쉼 없이 일렁이며
푸르른 향기를 내뿜는…
이내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푸르른 향기는
짙은 공기 속으로 흩어지는…
그렇게 결국 지나가면
채울 수 없는 공허함만 남는…
침묵의 메아리
Track 12 넌 혼자가 아니야 (You Are Not Alone)
길을 걷다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순간 멈추어있다 느낄 때.
적막한 방 안에 가만히 누워 있다가
순간 차분한 호흡을 느낄 때.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음악을 듣다가
순간 그 음악에 매료될 때.
나의 존재 바깥에서
또 다른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였을 때.
그때 들려오는 상상의 음악.
그리고 귓가에 맴도는 작은 선율 조각 하나.
문득 혼자라고 느낄 때일수록,
그러나 그것은 혼자가 아니었다.
내 마음속에 있는,
어쩌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작은 선율 조각 하나.
지금도 가만히 맴돌고 있다.
더욱 혼자라 느낄수록.
Track 13 소풍 (Picnic)
여유로운 어느 날
가벼운 마음으로
정처 없이 거닐며,
바쁜 일상에선
느낄 순 없던
푸르른 공기를 음미하며,
여러 생각에 잠긴 채
해가 지는 노을을
멍하니 바라보며,
방향이 정해진 시간의
절대적인 흐름을 거스르며,
나의 여정은
그렇게 흘러간다.
Track 14 서서히 물들다 (Fade Into... )
공허한 공간에 홀로 남아
나라는 존재는 저 멀리 두고
사라지듯이,
거뭇거뭇 사색에 잠기며
나에게 되묻고
다시 물으며,
의식적인 호흡이
아직은 어색한 듯
멋쩍은 공기의 흐름만을 따라,
서서히 물들다.
Track 15 회상 (Reminisce)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때의 그 기억으로, 그 순간으로, 그 느낌으로."
“회상”이라는 주제를 가진 이 음악 또한 '기억을 더듬다'처럼 추억이 갖는 그 느낌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작품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언제나 제 음악의 원천은 순간의 감정보다는 언젠가의 기억으로부터 오는 것 같습니다. 특정 물품을 찾듯이 머릿속 서랍장을 열고 뒤적거리며, 어떤 기억을 꺼내고 다시 넣고 정리하고…
아직 살아온 세월은 짧지만, 언제나 그때의 그 기억, 그 순간, 그 느낌을 꺼내어 마주할 때마다 새롭고 아련하며 소중합니다. 그때 그 시간과 공간으로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기억 속에서 흐트러진 분홍빛 조각을 주워 담고, 그리고 끼워 맞추며 완성된 그림의 색감을 음미하며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제 음악을 듣는 여러분께서도 항상 행복한 기억만을 갖고, 언제나 아름다운 삶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1. 기억을 더듬다 (Feel The Memory)
2. 저 하늘의 별처럼 (Like The Star In That Sky)
3. 이별의 강을 건너다 (Cross The Farewell River)
4. 이 세상에도 희망은 있다 (There Is A Hope In This World)
5. 달빛 (Moonlight)
6. 천국에서 (In Heaven)
7. 햇살 (Sunshine)
8. 너의 왼손을 잡은 채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다 (Lie With Your Left Hand In Hand, And Stare At The Night Sky)
9. 봄꽃 (Spring Flower)
10. 이별의 강을 건너다 (Piano Trio Ver.)
11. 짝사랑 (One Side Love)
12. 넌 혼자가 아니야 (You Are Not Alone)
13. 소풍 (Picnic)
14. 서서히 물들다 (Fade Into... )
15. 회상 (Reminis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