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경은 작곡자로서 독특한 음악적 감각을 타고 났으며 복잡하면서도 정제된 미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녀가 쓴 곡을 연주하는 것이 즐겁다."- 토니 모레노, 2008년 (재즈 드러머, 뉴욕대학교대학원, 맨하탄 스쿨 오브 뮤직 교수)

본 작 [TEMPORARY THING]은 재즈 피아니스트 윤원경의 연주자로서의 면모뿐만이 아니라 그의 정제된 음악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퀸텟, 피아노 트리오, 피아노-플루겔혼 듀오, 솔로 피아노 등 다양한 음악적 포맷을 수반하는 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윤원경 자신이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기 타국 생활로부터 비롯된 단상들을 마치 일기를 써내려가듯 음악으로 표현한 습작들이라 할 수 있겠다.

윤원경은 2000년 김성관 교수를 만나 재즈 음악에 입문하여 뒤늦게 국내 대학교의 실용음악과 문을 두드리지만 실패했다. 그 후 1년여의 시간 동안 미국 유학을 준비, 2002년 미국 버클리 음악 학교, 노쓰텍사스, 뉴스쿨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았다. 윤원경은 재즈 명문 뉴스쿨로 편입하여 아멘 도넬리안, 마크 코플랜드, 조지 가존, 레지 워크맨으로부터 사사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이어 뉴욕대학교대학원 재즈 스터디 석사 과정에 입학하여 케니 워너, 길 골드스타인, 짐 맥닐리로부터 사사받았다. 2009년 초, 7여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였으나 이내 일본 관서 지방으로 거처를 옮겨 현지 뮤지션들과 다양한 연주 활동을 펼쳐 나갔다. 이듬해 본격적으로 귀국 후, 서울을 중심으로 국내 뮤지션들과 음악적 교류를 이어나갔으며, 직접 리더가 되어 이끌었던 윤원경 트리오, 윤원경 퀸텟 활동은 본 데뷔 앨범 [TEMPORARY THING] 제작을 하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2011년, 2012년 일본 동경에서 Wonkyung Yoon Trio 연주를 선보였으며, 본 데뷔작 [TEMPORARY THING]을 기점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역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뮤지션이다.

앨범 첫 곡인 Forwarding은 뉴스쿨 재학 당시 마지막 학기를 남긴 시점에서 쓰여졌다고 하는데 원 제목은 One of Those Stops였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하드밥 스타일의 곡이면서 앨범 수록곡들 중 가장 에너지가 넘치며, 도약과 선율이 자유롭게 연결된 멜로디는 트럼펫과 테너 색소폰 조합에 매우 잘 어울린다. 이번 앨범에서 테너 색소폰을 연주한 여현우는 국내 재즈씬에서 가장 바쁜 연주자들 중 한 명이다. 네덜란드에서 수학한 그는 다수의 재즈밴드에서 연주함과 동시에 본인이 리더로 있는 Bascussion이라는 색소폰과 브라스 악기들로만 구성된 밴드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2011년 재즈 피플지로부터 라이징 스타로 선정된 그는 이번 윤원경의 앨범 [TEMPORARY THING]에서 Forwarding뿐만 아니라 다른 곡에서도 폭발적이면서도 때로는 안정적이고 센스있는 플레이로 곡에 무게감을 더했다.
타이틀 곡인 Temporary Thing은 이 앨범의 주제라고 한다. 다소 팝적이면서도 듣기 쉬운 코드 진행이지만 서로 다른 마이너 키와 메이저 키를 오가며 대치하는 멜로디에서는 아쉬움과 애틋함이 느껴진다. 락비트(rock beat)를 중심으로 시작하는 멜로디는 처음에는 담담하면서도 피아노 솔로 후반부에서는 색소폰과 트럼펫의 백그라운드에 힘입어 곡의 볼륨을 한층 더 위로 올려놓는다.

본 앨범에서 드럼을 연주한 김윤태는 국내 재즈씬에서 뮤지션이 좋아하는 드럼 연주자로 정평이 나 있다. Temporary Thing에서의 그의 드럼 연주는 안정적이면서도 때론 날카로운 터치로 곡의 분위기를 화려하게 살려냈다. 그 외 볼레로 리듬이 인상적인 Fragments, 베이스와의 노련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Time Intended에서도 그의 역량이 돋보인다.피아노 솔로로 시작되는가 싶더니 트리오로 연주되어 끝맺는 Time Intended는 본 앨범에서 유일한 피아노 트리오 곡이다. 원래는 솔로 피아노 곡으로 완성된 곡이었으나 녹음 당일 트리오 곡의 부제를 깨닫고 윤원경이 즉석에서 트리오 연주 용으로 곡을 다듬어 멜로디 없는 추상화같은 곡으로 재탄생되었다. 본 앨범에서 베이스를 연주한 이원술은 리더작 [POINT OF CONTACT]로 2013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재즈음반 상을 수상하였다. 오랜 연주 경험과 다방면의 활동으로 축적된 그의 플레이어로서의 음악적 센스는 연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Remy는 3/4박자 곡으로 앨범 수록곡 중 가장 귀에 남는 멜로디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곡인 것 같다. 본 앨범에서 트럼펫과 플루겔혼을 연주한 브라이언 신(Brian Shin)은 재즈, 락, 힙합 등 여러 다른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재즈 연주자이다. 윤원경과 더 듀오(THE DUO) 활동을 하고 있으며 듀오 곡이자 앨범 마지막 곡인 Presupposition에서 그는 가락의 구성과 절제를 확고히 하는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상정'또는 '논제'라는 뜻의 이 곡은 지나 온 유학 생활 중 아쉬움과 후회를 떨치지 못한 나날들에 대하여 '만약에'라는 말을 띄워놓고 피아노 앞에 앉아 그 다음을 써내려간 곡이라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시도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윤원경의 리더 데뷔 작 [TEMPORARY THING]은 그가 외국에서 공부한 것들에 충실했으면서도 자신만의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세상에의 애정과 리스펙트를 담고 있다.'일시적인 것'또는 '오래 지속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결코 끝나지 않는 것을 일컷는 것 같다. 본 앨범을 시작으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편곡가 윤원경의 음악 여정이 제목의 숨겨진 뜻처럼 꾸준히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1. Forwarding
2. Heron
3. Interlude
4. Temporary Thing
5. Remy
6. Time Intended
7. Fragments
8. Presuppos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