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뚱뒤뚱 고집스럽게 고집불통 '덕스덕스 (Ducks)'의 묵은지 사운드
뒤뚱거리는 오리에게 고집스럽다고 탓하지 마라. 오리는 그냥 그렇게 태어났기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 뿐이니까. 그를 알고, 밴드 ‘추가 공기밥 하나’를 기억하는 이들은 모두 앨범은 언제 낼 거냐, 공연은 왜 안 하느냐 채근이었다. 기대뿐인 안부에 현혹되지 않고 묵묵히 뒤뚱뒤뚱 걸어온 덕스의 첫번째 EP가 2009년말 드디어 완성됐다. 늦다고 생각하면 너무 늦었고 지나간 세월이 아쉽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게으르다고 오리를 탓할 수는 없다. 오리의 지나온 길은 평탄치 않았고 뒤뚱거리는 걸음은 쉽지 않았으니까.
덕스의 음악은 예쁘진 않지만 소박하고, 털털하다. 밴드 ‘추가 공기밥 하나’ 이후로 말 그대로 기타 하나 달랑 메고, 10년이란 길다면 긴 세월 동안 헤메고 다니며 화려하진 않지만, 쉽고 솔직한 덕스의 노래에 닿았다. 덕스는 첫번째 EP 추가 공기밥 하나에 십 년 전 밴드 ‘추가 공기밥 하나’의 앨범에 담으려 했던 자신의 노래 세 곡에 덕스만의 시간을 더해 새 밥그릇에 담담하게 담아냈다.
쉽게 질리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덕스의 묵은지 사운드는 훅이 있는 노래는 남들이 하게 버려두고, 오리(덕스)만이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포크 블루스를 추구한다. 속도와 효율에 지친 당신의 일상에 덕스의 싱글은 작은 힌트를 던져준다. 천천히 뒤뚱뒤뚱 너만의 방식을 찾으라고. 오리도 날 수 있다고.